강제징용 '민간출연' 해법 발표 기시다, DJ·오부치 선언 계승 바이든도 즉각 환영성명 내놔 이르면 16~17일 尹방일 가능성 한일 수출규제 마찰 해소 국면
한국 정부가 6일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를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풀겠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꽉 막혔던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일 3각 협력에도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악순환의 매듭을 끊고 나선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에 호응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이승환 기자·AP연합뉴스>
정부가 한일 관계를 짓눌러왔던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민간기업 출연 방식이라는 카드로 해법을 찾으면서 삐걱거렸던 한·미·일 경제·안보 동맹이 정상 궤도에 올라선다.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미·중 분쟁 격화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 간 경제·안보 체제를 재건하려는 미국이 이번 합의의 강력한 '조연' 역할을 자처하면서 극한으로 치닫던 한일 관계가 4년4개월 만에 원상 복구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한일 양국은 일본의 보복 조치였던 수출규제를 해소하는 데 의기투합하고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으로 얽혀 있는 경제협력에 재시동을 건다. 이처럼 한일 관계 복원이 급물살을 타면서 16~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격과 국력에 걸맞은 대승적 결단"이라며 이 같은 내용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에 대한 공식 해결 방안을 밝혔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에게 약 40억원을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우선 변제하는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강제징용 판결 문제의 해법을 발표한 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며 "한일 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 중심으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려놓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즉각 화답했다. 또한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가 포함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한국과 일본의 발표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들 간 협력과 파트너십의 신기원적인 새 장을 장식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둘러싼 양국 간 경제적 마찰도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강감찬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정책관은 "2019년 7월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관련한 양자 협의를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협의를 위해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한일 양국의 경제적 불협화음이 완화되면 미국이 한·미·일 경제동맹을 통해 중국에 확실히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위기 해소를 위해선 미국과 일본의 지지가 절대적인 상황도 반영됐다.
다만 이번 정부의 해법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최종적인 한일 관계 개선까진 험로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