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3위 자리 ‘흔들’…ETF 170조 시대 운용사 각축전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cay@mk.co.kr)

입력 : 2025.01.08 10:38:59
KB운용, 한투운용 맹추격에 3위 위태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70조 규모로 성장한 가운데 업계 3위인 KB자산운용의 ETF사업본부장이 사의를 표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자산운용사간 점유율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8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ETF의 순자산총액은 173조5630억원으로, 지난 2023년 말 121조657억원 대비 43.36% 증가했다.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간 순위 싸움에도 불이 붙었다. 지난 10년간 업계 3위 자리를 지켜온 KB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8.03%에서 7.82%로 하락했다. 그 사이 4위인 한국투자신탁운용(4.89%→7.56%)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격차는 0.26%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달 27일에는 KB자산운용이 4위로 밀리며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김찬영 KB자산운용 ETF본부장은 최근 점유율 하락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지난해 2월 KB자산운용으로 영입된 지 1년 만이다. 지난해 7월 ETF브랜드명을 기존 ‘KBSTAR’에서 ‘RISE’로 변경하고 배우 임시완을 모델로 발탁했으나 점유율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건 KB자산운용 뿐만은 아니다. 1위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도 지난해 40%가 깨지면서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맹추격당하고 있다. 양사의 ETF 점유율은 각각 38.17%, 36.09%다.

한화자산운용의 점유율은 기존 2.44%에서 1.93%로 떨어지면서 순위도 기존 5위에서 7위로 두 계단 내려앉았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경우 점유율 1%대마저 붕괴됐다.

ETF 성과에 따라 자산운용사별 인사 분위기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삼성자산운용은 3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서봉균 대표의 뒤를 이어 김우석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이 사령탑으로 정해졌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권희백 전 대표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김종호 대표가 취임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새 수장으로 길정섭 농협금융지주 에셋전략부문장을 선임했다.

올해에도 ETF 시장을 잡기 위한 운용업계의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과열 경쟁을 벌이면서 보수 인하 경쟁,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어 실질적인 내실 다지기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산업 측면에서는 첨예한 경쟁으로 인해 무리한 운용보수 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자산운용사들의 경영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투자자 측면에서는 레버리지, 인버스 등 파생상품과 연계된 고위험 투자 등 투기적 성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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