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식으로 돈 쉽게 버는 시대 끝나”…월가의 전설, 서학개미에 경고 날렸다는데

오찬종 특파원(ocj2123@mk.co.kr)

입력 : 2025.02.03 06:40:26
‘월가 투자 전설’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

올 美수익률 한자릿수 전망
채권투자가 합리적 선택될 것

초저금리 시대 사실상 종식
돈 빌려서 투자 나서는 전략
과거처럼 성공하긴 어려워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 뉴욕 본사에서 한국 기자단을 만나 경제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크트리캐피털


“이제 ‘쉬운 돈(Easy Money)’의 시대는 끝났다.”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투자 심리도 차츰 식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크스 회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뉴욕 본사에서 한국 기자단을 만나 “올해 미국 S&P500 기업의 수익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 것”이라며 “주식에서 일부 자금을 채권으로 이동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닷컴버블을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마크스 회장이 1990년대부터 작성해온 투자 메모는 월가에서 필독 자료로 손꼽힌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역시 그의 메모를 정기적으로 읽는다고 밝힌 바 있다. 오크트리캐피털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2050억달러(약 27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마크스 회장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초저금리 시대가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사람들은 금리가 계속 낮아지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앞으로 기준금리는 급격한 하락 없이 3%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초저금리 시대의 종식이 투자 전략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공항의 무빙워크를 예로 들며 “금리가 낮을 때 투자자들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지만, 사실상 금리라는 ‘무빙워크’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며 “이제 투자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맞춰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채를 활용한 투자 전략이 과거만큼 성공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오히려 채권과 같은 신용 투자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 뉴욕 본사에서 한국 기자단을 만나 경제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크트리캐피털


그러나 마크스 회장은 이번 성장 둔화가 닷컴버블과 같은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2000년 1월 2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 ‘버블닷컴(Bubble.com)’을 통해 IT 거품 붕괴를 정확히 예측하며 명성을 얻었다.

마크스 회장은 “당시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실제로도 바꿨다. 그러나 인터넷 관련 주식에 투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은 결국 가격을 무시하는 상황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인공지능(AI)이 새로운 혁신 기술로 주목받으며 거품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과거와 결정적인 차이점으로는 현재 낙관론과 가격이 균형을 이루며 일정 부분 브레이크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현재 낙관론과 가격이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현재 상황을 버블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마크스 회장은 최근 급변하는 정책 환경을 고려할 때 올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식이라는) ‘상자 밖’에서 사고하는 인물’이라고 일컬으며, 앞으로도 예측 불가능한 발언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협상가 기질이 강한 만큼 이번 임기에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더 집중할 것으로도 전망했다.

마크스 회장은 “트럼프가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며 양보를 이끌어내고, 이를 승리로 포장하는 패턴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향후 6개월 이내에 미·중 관계 개선에 대한 진전 발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날 마크스 회장은 한국 경제에 대해 “한국 국민은 고학력이며 근면하기 때문에 신뢰하고 있다”면서 “계엄과 탄핵 등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5월까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 증시가 장기간 부진한 만큼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하며 투자 기회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고려할 뜻을 밝혔다. 그는 “한국 주식에 오랫동안 투자해왔으며, 앞으로도 투자 기회를 계속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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