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배송 걸고 한참 밑에 배송비 3000원…소비자 낚는 ‘다크패턴’ 잡는다는데

곽은산 기자(kwak.eunsan@mk.co.kr)

입력 : 2025.02.11 07:01:40
공정위, 14일부터 다크패턴 마케팅 규제 강화

정기결제 무료→유료 전환땐
앞으론 30일 전에 동의받아야

서비스 탈퇴 까다롭게 하거나
진짜 가격 숨기는 꼼수도 규제


[사진 = 픽사베이]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 모씨(35)는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회원 탈퇴를 하려고 했지만 모바일 앱에서 ‘탈퇴’ 버튼을 찾을 수 없었다. 박씨는 결국 고객센터에 연락을 취하고서야 개인정보가 담긴 계정을 삭제할 수 있었다. OTT 서비스사에서 멤버십 이용권이 없는 경우 회원 탈퇴가 불가능하도록 막아둔 탓이다.

광주에 사는 직장인 김 모씨(39)는 학교 후배 결혼식에 보낼 화환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화환은 상품 목록에서 분명 ‘무료 배송’으로 표시돼 있었지만, 상품 옵션 선택 단계에서 갑자기 배송비가 추가된 것이다. 지역별 배송비 정보도 상품 최하단까지 스크롤을 내려야만 확인할 수 있었다.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를 속여 지출을 유도하는 ‘다크패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가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통해 오는 14일 처음으로 규제에 나서지만 다크패턴을 완전히 막기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용자를 기만하는 다크패턴이 나날이 다양해지고 교묘해지는 탓이다.

매일경제가 10일 한국소비자원에 의뢰해 받은 ‘2024년 온라인 다크패턴 발굴 유형’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원은 지난해 총 47건의 신규 다크패턴을 적발하고 각 사업자에게 시정권고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소비자원은 2023년 국내 온라인쇼핑몰 20곳을 대상으로 다크패턴 집중 실태조사를 벌여 총 429개 다크패턴을 적발했다. 이와 중복되지 않는 새로운 다크패턴이 지난 1년간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발견된 것이다.



유형별로는 ‘숨겨진 정보’와 ‘거짓 시간 제한 알림’이 각각 11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정 옵션 사전 선택(6건), 거짓 할인·유인 판매(5건), 반복 간섭(4건) 등이 뒤를 이었다. 품목별로는 식품·의료·주류(12건), OTT·음원과 같은 콘텐츠(9건) 등 순이었다.

이처럼 다크패턴 피해가 확산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14일부터 정기결제 대금이 유료로 전환되거나 결제액이 늘어날 경우 변경 전 30일 내 소비자 동의를 받도록 했다. 소비자가 결정을 번복하도록 반복해서 요구하는 ‘반복 간섭’ 행위도 금지한다.

문제는 이번 규제만으로 막을 수 없는 다크패턴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소비자에게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다크패턴이 대표적이다. 회원 탈퇴를 의도적으로 어렵게 만들거나, 탈퇴 시 잃게 되는 회원 혜택으로 감정적 압박을 가하는 건 전형적인 다크패턴 전략이다.

국내법상 개인정보에 대한 사후 관리를 어렵게 하거나, 쿠키(사용자 방문 기록, 구매 내역을 기록하는 정보 파일) 수집을 강조하는 내용의 다크패턴은 아직까지 규제가 어렵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다크패턴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펼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사생활 권리법(CPRA)으로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거절 절차가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EU는 디지털서비스법(DSA)으로 ‘탈퇴를 회원 가입과 같은 수준으로 간편화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다크패턴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에 따라 규제하는 다크패턴 위반 행위를 저지를 경우 사업자에게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다크패턴을 주로 사용하는 빅테크 기업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과태료 액수가 제재 효과를 거두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다크패턴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제대로 보상받을 길이 요원한 점도 문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크패턴은 감시망이 애매한 부분을 노리기 때문에 정부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시행령으로, 장기적 절차가 필요한 경우 입법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중복해서 발생하는 다크패턴에 대한 가중적인 징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2.11 16:03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