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회 속 전근대 모습 격화…우리사회 전문가 17인의 혜안은
배윤경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bykj@mk.co.kr)
입력 : 2025.06.25 17:26:41
입력 : 2025.06.25 17:26:41
2025 사단법인 성공경제포럼
‘대한민국, 넥스트 레벨2’ 출간기념회
근대 속 전근대 모습…세대전환 요구
청년과 노년 상호보완 관계…‘공화’ 회복
분열과 갈등 내려놓은 ‘한마음 프로젝트’
‘대한민국, 넥스트 레벨2’ 출간기념회
근대 속 전근대 모습…세대전환 요구
청년과 노년 상호보완 관계…‘공화’ 회복
분열과 갈등 내려놓은 ‘한마음 프로젝트’

“최근 국내 상황을 보면 근대 속 전근대의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정치분야에서는 왕정에서나 볼 법한 충성, 배신 등의 단어가 등장하고, 경제분야에서도 기업에서 세습이 이뤄지며 전근대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4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사단법인 성공경제포럼 주최 ‘대한민국, 넥스트 레벨2’ 출간기념회에 앞서 이같이 분석했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국토교통부 자문위원, 대통령직속미래기획위원 등으로도 활동한 이 교수는 최근 5년여 간 ‘근대 속 전근대’에 관심을 가져왔다. 근대사회에서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같은 전근대적 국가들이 근대적 강대국을 ‘저항의 축’으로 삼아 국제 질서를 어떻게 교란시키는지가 주된 연구 주제였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 역시 근대라는 겉모양은 갖췄지만 그 틀 안에서 돌아가는 실제 모습과 그 틀을 운영하는 사람은 아직도 매우 전근대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자칭 대한민국의 보수세력은 대통령을 왕처럼 모시고, 진보세력은 아직도 죽창가 구호를 외치며 자기 편의 의리를 중시하는 전체주의적 사고를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부조화가 위험한 수준에 이르러 일상적으로 병폐를 경험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정보를 특권층만 받는 이른바 ‘정보 카르텔’ 일환으로,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내부자들이 카르텔을 형성하게 되는 식이다. 이 교수는 △비과학적 의사결정 △신분적 사고와 직업의 세습 △사람과 카르텔에 대한 충성 △반시장적 구호 △공사구별에 대한 무시에 특히 우려를 표했다.

전근대적 관성을 타파할 방법으로는 ‘세대 전환’을 꼽았다. 이 교수는 “합리성과 개인의 자유, 과학, 다양성,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중도층과 청년세대 전환을 통해 전근대의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진정한 근대 세력이 근대화된 선진 시스템을 운영하고 리드할 기회가 남아있는 한 대한민국의 재도약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정은성 에버영코리아 대표는 이와 연관해 ‘혁신마을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노인과 청년들이 세대 통합적인 지역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지역 혁신마을은 일터와 쉼터, 배움터, 놀이터, 삶터가 어우러져 모든 세대가 함께 사는 데 목표를 둔다.
정 대표는 “청년과 노년 세대는 상호보완적 관계이자 서로 이익이 되는 관계”라며 “요즘 세태를 고려해 어린 세대가 나이 많은 세대에게 그들의 관심사를 알려주고 그들의 삶에서 익숙한 방식을 가르쳐주는 것이 세대 간 교류와 갈등 해소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나이가 많은 세대가 먼저 도움을 구하고 젊은 세대의 얘기를 듣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갈등을 방치하면 국가 경쟁력의 침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한민국은 이념, 세대, 계층 등 다방면에서 심화된 갈등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 만큼, 가정·지역·국가 차원의 세대 간 신뢰 회복과 다층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DCDR)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회적 갈등 비용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2326조원에 달했다. 이는 2023년 우리나라 명목 GDP인 2401조원의 10%에 달하는 수치다.
사회적 대타협기구 등 실질적 방안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 통합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화여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이기도 한 윤종인 법무법인 세종 AI·데이터 정책연구소장은 사회적 계층과 지역 간 격차의 확대, 소득 하위 계층의 분노 및 불만 증가, 이로 인한 사회적 분열과 갈등 증폭이 여러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 동시 달성이란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부와 소득의 불평등 완화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해설했다.
윤 소장은 “부와 소득이 사교육을 통해 세습되고 이로 인해 계층이 공고화되면서 주거 지역마저 계층별로 구분돼 도시가 성채(城砦)가 되고 있다”며 “이는 헌법이 지향하는 공화국 이상과도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어 “뒤처지더라도 함께 끌어안고 가는 것이 진정한 ‘공화’”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라는 인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는 복지와 교육 기회의 확대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윤 소장은 “대한민국 성장의 기반이 된 코리아 다이내미즘, 즉 ‘하면 된다’와 ‘흥’의 정신 기저엔 운명 공동체로서의 대동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봤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 독립선언서 초안을 잡은 직후 벤자민 프랭클린이 “공화정은 만들었지만,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공화국”이라고 발언한 것을 주목했다. 그는 “누구 하나 소외되거나 낙오되지 헌법상 공화정신의 회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장우 성공경제연구소 원장은 “과거엔 위기의 근원이 주로 외부 환경에 의한 도전이었던 반면 지금은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는 내부요인이 주된 근원”이라고 현 사회를 진단했다.
이 원장은 사회적 분열을 야기하는 내부요인으로 △경제적·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 △정치의 후진성 △권력층의 전근대적 세계관과 사회 전반의 철학적 빈곤을 제시했다.
그는 “이같은 내부요인은 편을 갈라 싸우면 나라가 망할 때까지 싸우는 한국인 특유의 속성을 작동시켜 대한민국이 스스로 무너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걱정”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내부요인이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등 기술변화, 국가간 외교 안보 갈등, 글로벌 경제 경쟁, 저출생 인구 감소 및 지방소멸 등 외부 환경요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위기가 커진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는 지난 2023년 출간한 ‘대한민국, 넥스트 레벨’ 성공으로 두 번째 서적인 ‘대한민국 넥스트 레벨2’가 발간되면서 마련됐다. 이 원장은 “넥스트 레벨 1 집필 당시 대한민국의 여러 문제점이나 미래로 나아갈 길을 다뤘는데 이후 우리나라 내부 분열 문제가 더욱 심각해 졌다”며 “분열과 갈등을 버리고 한마음의 공동체를 이루는 ‘한마음 프로젝트’에 좀 더 초점을 맞춰 17명의 이 시대 지성인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김명수 매일경제신문 이사 겸 매경AX 대표는 축사에서 “우리 경제가 성장의 한계에 달하는 가운데 소득이나 자산은 물론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해진 게 우리 사회 갈등의 근본문제라고 본다”며 “이런 가운데 한마음 대한민국 프로젝트는 아주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활동”이라고 전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
1
국민상비약 ‘정로환’ 만든 동성제약, 법정관리에 177억원 횡령 발생
-
2
“이번 달에도 못 갚겠네”...위기에 빠진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12년래 최고
-
3
"BYD, 생산라인 증설 연기…일부 공장서 야간 근무도 폐지"
-
4
'법정관리' 동성제약 "177억원 규모 횡령 발생"
-
5
[시승기] 전기차로 착각할 정도의 주행감…벤츠 AMG E 플러그인하이브리드(종합)
-
6
"울산항 가치 객관적으로 입증한다"…울산항만공사, 용역 추진
-
7
UNIST "6G 환경에 맞는 저전력 무선통신 반도체 소자 개발"
-
8
울산대, HD현대미포 등과 '조선산업 융합인재 양성' 협약
-
9
포스코인터, 말레이시아 해상광구 추가 탐사·개발 추진
-
10
[속보] 내란특검 "尹 출석 요구 불응하면 체포영장 청구 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