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하우스 지각변동] [가온칩스] ① 약속 못 지킨 '상장 첫해' 성적표

입력 : 2023.04.07 14:29:27
제목 : [디자인하우스 지각변동] [가온칩스] ① 약속 못 지킨 '상장 첫해' 성적표
이익률 반토막에 삼성전자 시너지 촉각…엔지니어 채용 계획도 지지부진

[톱데일리] 국내 디자인하우스 기업 가온칩스의 상장 첫 해 성적표는 주주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상장 당시 강조했던 높은 이익률은 크게 떨어지고 투자자 대상으로 약속한 사항들도 지켜내지 못하면서, 향후 회사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조심스럽게 퍼지고 있다.

가온칩스는 지난 2012년 설립 이후 차량, 인공지능(AI), 보안, 디스플레이, 사물인터넷(IoT)용 반도체 개발에 주력해 왔다. 삼성전자 공식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선정과 ARM, 텔레칩스, LX세 미콘 등과 협력으로 몸집을 불린 덕에 지난해 5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었다.

상장 첫 해 가온칩스의 성적은 예상보다 크게 밑돌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매출은 433억원으로 전년(322억원) 대비 34.3% 증가했지만, 문제는 영업이익 축소폭이 더 컸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9억원으로 전년(62억원) 대비 37.1% 감소했다.

무엇보다 상장 당시 강조했던 영업이익률의 후퇴는 치명적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9.0%로 삼성전자와 거래를 본격화한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지난 2021년 영업이익률 19.24%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가온칩스는 삼성전자의 DSP로 활동하던 초기 1~2년 동안에도 영업이익률 11% 수준을 유지했다.

상장 당시 20%에 육박하는 유망 IT 기업 수준의 높은 이익률로 증권가에선 가온칩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80억~100억원 수준으로 내다봤지만 절반 이하의 성과였다. 영업이익률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상장 직전해 매출 88.5% 급증한 것을 반영해 내린 시장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가온칩스는 "엔지니어 인력 확보에 따른 고정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인건비 관련 비용은 급증했다. 직원 급여(95억원)와 퇴직급,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비용은 122억원 상당으로 전년(82억원) 대비 48%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 감소 원인은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다. 상장 과정에서 가온칩스는 지난해 인력 45명을 충원해 연구개발 엔지니어 175명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임직원은 5명 늘어난 148명에 불과해 인력 확장은 없었다. 당초 올해 90명을 신규 충원해 265명, 내년엔 350명까지 확보하겠다는 목표였다.

오히려 임금 관련 고정비의 상당 부분은 엔지니어 확보가 아니라 임원 급여에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미등기임원에게 지급된 급여는 15억3100만원으로 전년 3억6900만원 상당에서 11억원 가량 늘어났다. 1년 동안 임직원 급여 비용 항목에서 늘어난 26억원 가량의 다량이 임원에게 돌아간 셈이다.

당초 계획은 상장 후 들어오는 자금 상당 부분을 인력 확보에 쓰겠다는 구상이었다. 플랫폼 구축, 해외사업 추진 등을 제외한 운영자금 60억원 중 44억원을 인력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지난해에만 신규 채용 비용으로 14억원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가온칩스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는 연구개발(R&D) 증가 원인도 한몫했다. 지난해 연구 비용으로 가온칩스는 매출 대비 8% 수준인 35억원을 집행했다. 전년(18억원) 대비 2배 가까운 지출이다. 같은 기간 총 매출(1642억원)의 0.06% 수준인 1억원 아래로 R&D를 집행한 에이디테크놀로지(ADT)보다는 활발하다.

이익 감소와 함께 국내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삼성전자와의 시너지 확장도 의문이다. 지난 2019년 DSP 선정 당시 62억원에 불과했던 시스템 반도체 관련 용역 매출은 이듬해 103억원으로 65.7% 뛰었지만, 이후 2021년엔 61.4%(63억원 증가), 지난해에는 16.2%(27억원 증가) 성장에 그치며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관련 용역 매출이 크게 증가한 타 DSP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에이디테크놀로지의 지난해 해당 사업 부문은 389억원으로 전년(199억원) 대비 2배, 같은 기간 코아시아도 161억원에서 314억원으로 2배 가까이 매출폭이 늘어났다.

용역 매출의 성장 둔화로 가온칩스의 해당 사업 부문 비중이 줄어드는 것도 우려할 지점이다. 관련 용역 매출 비중은 지난해 총 매출의 44.51%로 매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관련 매출 규모 자체는 늘어났지만 총 매출 대비 2020년 60.17%, 2021년 51.50%을 거치며 3년째 줄어들고 있다.

용역 매출의 경우 인건비 중심으로 매출원가율이 낮은 반면, 제품 매출은 상대적으로 매출원가율이 높다. 향후 용역 대신 제품 매출 비중이 계속 늘어나면 외형이 성장하지만 매출원가율은 상승하고, 영업이익률은 지금보다 더욱 하락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73%로 전년(67%)보다 늘어났다.

알파홀딩스, ADT, 코아시아 등 타 DSP들과 달리 재고자산 부담이 없는 점은 특징적이다. 가온칩스에 따르면 반도체 소자의 설계 용역 등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사업 특성상 재고자산이 존재하지 않는다. 2021년과 지난해 말에도 재고자산이 없는 이유로 관련 실사는 생략했다.

한편, 가온칩스는 상장 이후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본에 법인을 설립했고 올해는 미국 지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지사의 불가피한 사업 초기 투자 등을 감안했을 때 당분간 재무 부담은 예상된다. 실제로 일본 지사는 지난해 순손실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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