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저 육아휴...” 말도 꺼내기 전에 퇴사 통보, 중소기업 현실 어떻길래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입력 : 2025.02.21 19:27:56
김정호 아주대 교수 분석

휴직급여 月10만원 오를때
고소득 근로자 24일 휴직
저소득 근로자 15일에 그쳐

육아휴직도 갈수록 양극화
“제도보다 실효성 제고 필요”


11일 서울시내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등원하고 있다. 2025.2.11 [사진 = 뉴스1]


작년까지 중소기업에 다니던 정 모씨(33)는 출산 예정일을 두 달여 앞둔 지난해 7월 돌연 회사에서 퇴사 통보를 받았다. 회사가 육아휴직을 쉽게 쓰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여서 출산휴가만 쓰기로 합의된 상태였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사정이 너무 어렵다’며 퇴사를 종용한 것이다. 노무사와 대응을 검토하다 스트레스로 건강이 안 좋아진 그는 결국 휴직급여 수령을 포기하고 회사를 떠났다.

출산 장려를 위한 육아휴직 제도가 확산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는 사용률이 뚝 떨어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극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똑같이 육아휴직급여가 늘어나도 대기업 고소득 근로자는 육아휴직을 쓸 확률이 올라가고 휴직도 오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김정호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의 ‘육아휴직급여가 여성 고용과 출산에 미친 영향’ 논문에 따르면 통상임금이 월 300만원 이상인 고소득 근로자는 육아휴직급여가 월 10만원 오를 때 육아휴직을 24일 더 쓴 것으로 나타났다. 110만~135만원을 받는 저소득 근로자는 15.6일 더 쓰는 데 그쳤다. 육아휴직 사용률도 고소득층에서는 4%포인트 올라가지만, 저소득층에서는 2.6%포인트만 늘어난 것으로 계산됐다.

이 연구는 2010년 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출산한 고용보험 피보험자 97만673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에 따르면 육아휴직 평균 이용률은 75.3%였고 평균 휴직 이용 기간은 311일, 평균 기대 육아휴직급여는 월 87만7000원으로 조사됐다.



양극화된 이유 중 하나는 육아휴직 후 고용안정성이다. 연구 결과 임금이 높은 기업일수록 육아휴직을 쓰고 3년이 지난 시점까지 고용이 유지될 확률도 올라갔다. 통상임금이 210만원 이상인 중상위 이상 그룹은 육아휴직급여가 월 10만원 늘어날 때 고용이 유지될 확률이 3.8~4.3% 높아졌지만 중간 임금 그룹(160만~210만원)은 2.9%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는 아직 육아휴직을 원활하게 쓰지 못하는 현실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중소기업인데 육아휴직이 불가능하다고 한다’는 고민글이 다수 게시된다. 답변에는 ‘중소기업은 육아휴직을 주는 곳이 별로 없다’ ‘휴직하더라도 급한 일은 처리하겠다고 회사와 협상해보라’는 식의 조언이 이어진다.

올해 초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서도 이 같은 양극화가 나타난다. ‘필요한 사람은 모두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 가능하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300인 이상 기업에서는 94.1%였으나 5~9인 기업에서는 55.4%에 불과했다. ‘육아휴직 제도 시행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5~9인 기업은 ‘신청자가 없어 잘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이 36.8%로 1위를 차지해 신청 자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육아 지원 제도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규모를 감안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 교수는 “현재 고용보험 여성 피보험자의 출산 후 육아휴직 이용률은 이미 8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기업 규모별 육아휴직 이용 여건의 격차를 줄이는 등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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