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자본성증권 발행 5년새 2배로…"자본 질적구성 저하 우려"

롯데손보 후순위채 조기상환 연기…관례화된 차환 리스크 논란 점화자금조달·자본확충으로 재무개선 이점도…"제도·관행 개선 필요"
임은진

입력 : 2025.05.13 06:05:01


롯데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금융사가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 같은 자본성증권의 발행을 늘리면서 자본의 질적 구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롯데손해보험[000400]의 후순위채 조기상환권(콜옵션) 이행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면서 이 같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기업평가[034950]와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자본성증권의 발행 규모는 21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11조5천원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만에 거의 두 배로 증가한 셈이다.

자본성증권은 금융회사 자본 규제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무 증권으로, 발행 조건에 자본 규제상 요구되는 자본적 특성을 포함하는지에 따라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으로 나뉜다.

그간 자본성증권은 주로 은행과 은행 지주사가 발행했지만, 지난해에는 자본 규제 대응과 재무 건전성 제고 목적으로 보험사와 증권사 등의 발행이 늘었다.

이에 지난해 비은행 금융사의 발행 규모가 13조5천억원을 기록하며 8조3천억원이었던 은행과 은행 지주의 발행액을 크게 앞질렀다.

발행 잔액은 지난해 기준 98조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이어져 1분기 금융사의 자본성증권 발행액은 8조7천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자본성증권 발행이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로 금융투자업계는 자본 규제 대응을 꼽았다.

이 가운데 신종자본증권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돼 자금 조달과 동시에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조기 상환이 관례화돼 있어 발행사의 차환 위험 노출로 자본의 질적 저하가 심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후순위채의 경우 통상 10년 만기에 5년 콜옵션 조건으로 발행되고 있고 신종자본증권은 영구 또는 연장 가능한 30년 만기에 5년 콜옵션 조건으로 발행되고 있다.

이에 투자자는 콜옵션이 행사 가능한 첫 번째 기일인 발행 5년 후 시점을 실질적인 만기로 간주해 왔고, 금융사는 반복되는 콜옵션 행사 여부 및 차환 발행 부담에 노출돼 왔다.

평상시에는 차환 및 콜행사가 특별한 문제 없이 이뤄지겠지만 거시적인 조달 환경이 저하되거나 개별 금융사 차원의 경영 상황이 문제가 될 경우 이 같은 차환 리스크는 바로 점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롯데손보가 후순위채 콜옵션 이행을 연기하면서 이러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롯데손보는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을 예정대로 행사해 상환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당국은 '상환 이후 K-ICS(지급 여력) 비율 150% 유지'라는 감독 규정 요건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서며 마찰이 빚어졌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사모 방식으로 계열 모회사 등에서 인수했던 콜옵션의 경우에는 조기 상환 미실시 사례가 있긴 했지만, 금번 롯데손해보험의 경우처럼 공모 채권이 조기 상환 연기 가능성이 쟁점이 된 사례는 처음"이라며 "만약 최종적으로 옵션 행사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면 여타 보험사 등에의 부정적 영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본성증권의 발행과 관련된 제도 및 관행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른바 ESG(환경·사회·지배 구조)에서 지적되는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과 유사한 성격의 '캐피털 워싱'(위장 자본) 논란은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정현·김경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금융회사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조기 상환이 관례화된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 실질과 자본의 지속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자기자본으로 인식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회사의 자본 적정성 관리에 있어 자본성증권 발행보다는 보통주 자본 위주의 자본 확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ngine@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5.15 13:58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