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신복위·민간재단서 채무조정 … 도덕적 해이 막기 선행돼야

김정환 기자(flame@mk.co.kr),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이소연 기자(lee.soyeon2@mk.co.kr), 이용안 기자(lee.yongan@mk.co.kr)

입력 : 2025.06.10 18:00:38 I 수정 : 2025.06.10 20:06:52
속도내는 배드뱅크
소상공인 빚탕감 3개축 가동
부실채권 매입해 소각까지
코로나대출 만기 50조 육박
개인사업자 연체율 0.71%
팬데믹국면보다 더 악화돼
"재기가능성 적을땐 퇴출을"






새 정부의 소상공인 채무조정 방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 민간 재단 등 비영리법인을 세 개 축으로 삼아 취약계층 부실대출을 사들이며 소각까지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꼭 필요한 차주를 선별해 지원하고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일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은행권 출연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 채무조정 창구를 보강하기로 했다. 캠코 산하에 배드뱅크를 설치하며 새출발기금을 통한 부실채권 매입 규모를 늘리는 처방이 우선 거론된다.

현재 취약계층 빚을 덜어주기 위한 수단으로는 캠코가 주도하는 새출발기금과 신복위의 개인 워크아웃, 법원의 개인회생제도가 있다. 정부는 그동안 새출발기금과 개인 워크아웃제도의 실효성이 높지 않았다고 보고 이를 중점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배드뱅크는 민간 금융사가 쥐고 있는 장기 연체 소액 채무를 낮은 가격에 매입하는 역할을 한다. 통상 금융사들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을 2차 추심업체 등에 넘기는 식으로 손해를 최소화한다. 이 경우 대출을 일으킨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채무 관계에 매여 있다는 게 문제다. 정부는 금융사의 채권을 매입·소각해 채무를 청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추경을 통해 캠코 현금 출자를 늘리면서 추가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복위는 자금 여력이 부족해 그동안 부실채권 매입 등 직접적인 채무조정을 하지 못했다"며 "향후 신복위를 통해 적극적인 탕감을 실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법인을 통한 채무조정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금융위는 공공기관 등만이 할 수 있던 개인 금융 채권 매입을 비영리법인도 할 수 있도록 규정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15년 성남시장 재직 시절 취약층 채무를 탕감하기 위해 만들었던 민간 기관인 '주빌리은행' 모델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출범했던 비영리법인인 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 기능 강화에도 무게가 실린다. 재단에 대한 민간 기부금을 늘려 상환 능력이 없는 차주를 대상으로 빚을 탕감해주는 창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채무조정에 속도를 높이는 데는 내수 침체로 인한 소상공인 경기가 위험 수준에 달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1분기 기준 0.71%로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국면(0.37%)보다 오히려 악화했다. 이자 부담이 큰 2금융권 대출 역시 1분기 285조9000억원으로 1년 새 14조원이 늘었다. 코로나19 국면에 기한을 늘려줬던 소상공인 대출 만기가 대거 돌아온다는 것도 불안하다. 정부는 2020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를 연장해줬는데, 9월까지 기한이 늘어난 자금은 47조4000억원에 달한다. 원리금 상환 유예분(2조5000억원)까지 합치면 만기 도래 규모가 50조원에 달한다.

다만 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한 옥석 가리기 절차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심단의 재산 파악 시스템을 활용하면 개인사업자의 자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며 "모럴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해서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생계형 자영업자의 연체된 빚에 한해서 채무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채무조정 이후에도 재기 가능성이 작은 자영업자는 과감히 퇴출시키거나 단계적으로 업종 전환을 유도하면서 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전에 빚 탕감을 받은 사람은 빼는 등 자구 노력이 있는 채무자로 대상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환 기자 / 류영욱 기자 / 이소연 기자 / 이용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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