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 뭉쳐야 산다” ··· 마트·영화관·석유화학 ‘이합집산’ 본격화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입력 : 2025.06.22 14:27:58 I 수정 : 2025.06.22 14:55:16
입력 : 2025.06.22 14:27:58 I 수정 : 2025.06.22 14:55:16
과점에도 경쟁력 상실하자 이합집산
마트 2위 홈플러스, 매물로 나와
영화 2·3위 메가박스·롯데시네마 합병
석화도 HD현대·롯데케미칼 설비통합
기업결합 담당하는 공정위 역할 중요
G마켓·알리 합병은 아직도 심사 중
구조조정 속도 진척 못되고 있어
법조계 “IMF 때 현대·기아차 사례 봐야”
독과점 허용하되, 가격 등 시정명령 해야
마트 2위 홈플러스, 매물로 나와
영화 2·3위 메가박스·롯데시네마 합병
석화도 HD현대·롯데케미칼 설비통합
기업결합 담당하는 공정위 역할 중요
G마켓·알리 합병은 아직도 심사 중
구조조정 속도 진척 못되고 있어
법조계 “IMF 때 현대·기아차 사례 봐야”
독과점 허용하되, 가격 등 시정명령 해야

국내 유통·문화·제조업 전반에서 기업 간 ‘이합집산’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내수경기 악화·글로벌 경쟁력 상실 등으로 인해 경기가 반등하지 못하는 L자형 경제구조가 굳어지면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서로 합치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신고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합집산 일어나고 있는 마트·영화관·석유화학

이는 극장 수익성이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악화하면서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만일 2·3위 사업자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치면, 국내 영화관 업계는 1위인 CJ CGV와 메가박스·롯데시네마 합작법인 2곳만 실질적으로 남게 된다.
마트 산업도 이합집산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국내 대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홈플러스는 회생인가 전 단계에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마트와 롯데쇼핑(롯데마트)가 홈플러스 매장을 인수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애초 마트업계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3사가 과점한 형태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 산업만 놓고 봤을 때는 홈플러스 점포가 타사에 매각될 경우, 독과점이 강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통업 전반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마트산업 자체가 쿠팡·네이버쇼핑 등 온라인 사업자의 약진으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기업결합 및 공정위 독과점 심사 때 유연한 잣대로 이를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은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NCC 설비의 통합 운영 등을 놓고 논의에 나섰다.
중국 석유화학 업계의 덤핑공세, 중국·중동의 정유·석유화학 통합공장(COTC) 부상으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업계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국내 대표 석유화학사가 합작법인을 만들어 한데 뭉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정위, 알리·G마켓 기업결합 심사 ‘하세월’
이처럼 산업 반등이 더딘 분야를 중심으로 대형 사업자 간 구조재편이 추진되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엄격한 독과점 심사’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일례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말 G마켓-알리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지만,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가 끝나지 않아 현재까지 합작법인 설립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올해 상반기 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공정위는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기업결합과 관련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시장’을 정의하고, 기업결합이 해당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지 판단하게 된다.
만일 기업결합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형성하거나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경우, 공정위는 심층심사에 착수한다.
이 과정에서 수개월이 소요되며, 일부 사례에선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IMF에 준하는 경제위기, 행태적 시정명령 필요
문제는 공정위가 정의하는 시장이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영화관 산업만 놓고 봤을땐, 메가박스·롯데시네마 합병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약될 수 있다.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영화관에 직접 가기보다는 집에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보는 것을 선호하는 상황이어서, 영화관 산업은 최근 수년새 구조적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공정위의 시장구획 잣대가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2016년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을 불허했다.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9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보면, OTT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한 대형 로펌의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현재와 같은 경기 둔화기엔, 구조조정과 효율화를 통해 산업을 재편하려는 기업들의 시간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1998년 IMF 당시처럼 유연한 ‘조건부 승인’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IMF 외환위기 당시 공정위는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를 승인하면서, 일정기간 가격 인상 금지, 협력업체 단가 후려치기 금지 등의 ‘행태적 시정명령’을 병행했다.
이는 구조조정을 허용하되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식으로, 위기 상황에서의 제도적 유연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당정이 추진하는 35조에 달하는 추경(추가경정예산)이 단기적인 경기를 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선 기업 구조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공정위가 IMF에 준하게 행태적 시정명령 카드를 내걸며, 기업 구조조정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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