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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엔무브 서린빌딩(사진=인포스탁데일리DB)

[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약 8500억 원을 투입해 윤활유 계열사 SK엔무브 지분 30%를 매입, SK이노베이션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최근 정부가 쪼개기 상장과 중복상장에 대한 강경한 규제 기조를 내세우면서 SK이노베이션도 상장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25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이사회를 열고 SK엔무브 지분 매입 등 안건을 의결했다 고 공시했다. 이는 SK엔무브 IPO 추진이 무산된 데 따른 구조적 대응의 일환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IMM크레딧앤솔루션(ICS)에 SK엔무브 지분 40%를 약 1조2000억 원에 매각하며 SK엔무브가 5년 이내에 상장하고 내부수익률(IRR) 5.7%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SK엔무브는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에 돌입했다. 하지만 5월 상장예비심사 사전 협의 과정에서 SK엔무브의 '중복상장' 문제가 불거지면서 연기됐다. SK이노베이션은 상장 실패 시 IMM크레딧솔루션에 1조6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SK엔무브가 예비심사 전 사전 협의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중복상장 구조로 인해 기존 모회사(SK이노베이션) 주주의 권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중복상장 구조에 따른 주주 보호 방안을 요구했다. 이 같은 사전 경고는 사실상 상장 불가의 신호로 해석됐다.

중복상장이란 이미 상장된 모회사와 중복되는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가 별도로 증시에 상장하는 구조를 말한다. 이는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부풀리고 대주주·투자자들의 이익 실현을 용이하게 하는 반면 기존 주주 가치를 희석시키고 내부 거래나 이익 이전 등을 통해 회계의 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중복 상장이 모회사 주가는 물론 한국 증시의 구조적 저평가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소액주주 권리 침해 논란을 불러온 중복상장에 대한 제도적 금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자회사 중복상장이 정치적 리스크로 떠오르자 SK이노베이션은 전략 수정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업을 분할해 중복으로 증시에 올리는 중복상장을 비판했다. 이에 새 정부 출범 이후 관련 규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중복 상장 비율은 18.43%로 일본 4.38%, 미국 0.35%에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등 강도 높은 제도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핵심 사업 부문 분할 상장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SK이노베이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회사 단독 상장이 정치적 리스크로 부각되면서 SK이노베이션은 상장 철회를 결정하고 FI의 지분을 재매입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전환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의 상장 계획 철회를 공식 발표하기까지 내부적으로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 지분을 재매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25일 취재진의 질의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보도되고 있는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2~3시간 뒤, SK이노베이션은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SK엔무브 상장 철회 결정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윤서연 기자 yoonsy0528@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