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폭탄 속 '신용불량' 개인사업자 14만명…1년 새 29% 폭증

대출자 절반은 '다중채무자'…2금융권으로 내몰린 차주도 증가中企 연체율 8년만에 최고…"구조적 부채 위험, 회복 정책 제시해야"
임수정

입력 : 2025.04.27 06:03:13


서울시내 빈 상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1.8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석 달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개인사업자가 1년 새 30% 가까이 급증했다.

대출이 있는 개인사업자 2명 중 1명은 3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인 데다가, 1금융권에서 밀려나 2금융권에서 고금리 빚을 진 경우도 빠르게 늘고 있어 상환 능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 '신용유의자' 등록 자영업자 급증…60대는 1년 새 48% 늘어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개인사업자(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대출 현황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개인사업자는 14만129명이다.

이는 1년 전인 2023년 말(10만8천817명) 대비 28.8%(3만1천312명) 늘어난 수치다.

신용유의자는 90일 이상 장기 연체 등으로 신용정보원에 등록된 경우로, 신용등급 하락이나 금융거래 제한 등 불이익을 받는다.

연령별로는 고령층 자영업자들의 '상환 불능' 상태가 두드러졌다.

작년 말 기준 60세 이상 신용유의자는 2만8천884명으로 1년 전(1만9천538명)보다 47.8% 폭증했다.

50대도 1년 새 3만351명에서 4만464명으로 33.3%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30대(17.9%)나 40대(24.2%)와 비교해보면 더 두드러졌다.

중장년층은 생계를 위해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내수 부진의 직격탄까지 맞으며 빚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자료사진]

◇ 다중채무자만 171만명…'고금리' 2금융권 밀려난 자영업자도 증가세 자영업자들이 받은 대출의 질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금융기관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336만151명 중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171만1천688명(50.9%)에 달했다.

대출이 있는 개인사업자 2명 중 1명은 다중채무자인 셈이다.

다중채무 개인사업자가 보유한 대출금액은 693조8천658억원으로, 개인사업자 전체 대출금액(1천131조2천828억원)의 61.3%에 달했다.

다중채무자는 외부 충격 시 상환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로 분류된다.

은행권에서 더 돈을 빌리지 못해 2금융권에서만 대출받은 자영업자들이 증가한 것도 문제다.

카드사나 캐피탈, 대부업체로 밀려난 자영업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고, 이는 더 큰 이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작년 말 기준 비은행권에서만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는 79만2천899명으로 1년 새 7.0% 증가했다.

은행권에서만 대출 받은 자영업자는 79만3천380명으로 같은 기간 2.3% 줄었고, 은행·비은행권을 함께 이용한 경우도 177만1천954명으로 역시 2.3% 감소했다.

◇ 중소법인·개인사업자 연체율 '고공행진' 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자영업자 대출 부심 위험은 연체율로도 드러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67%로 집계됐다.

자영업자 연체 차주가 2022년 하반기 이후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대출 연체율도 코로나19 이전의 장기 평균 수준(2012~2019년 평균 1.68%)에 가까워진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 2월 말 기준 은행권 중소기업(중소법인+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84%로, 2017년 5월(0.85%) 이후 약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으로 가려졌던 부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중소기업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관세 충격까지 더해질 경우 기록적인 연체율 상승세도 계속될 수 있다.

이강일 의원은 "단순히 자영업자 개인의 빚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부채 위험'"이라며 "원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다 오르는데 손님은 줄고 빚만 늘어난 자영업자들에게 정부가 시장 자율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회복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 신용유의자 등록된 개인사업자 (단위 : 명)
구분연령2023년 6월말2023년 12월말2024년 6월말2024년 12월말
신용유의자~29세 4,521 5,179 5,389 5,260
30~39세 16,242 19,502 22,033 22,996
40~49세 28,303 34,247 39,525 42,525
50~59세 25,045 30,351 36,764 40,464
60세 이상 15,827 19,538 25,112 28,884
전체 89,938 108,817 128,823 140,129
(※자료제공 = 이강원 의원실, 금융감독원) sj9974@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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