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6.8% 찍는데…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2% 왜?
국민연금은 '기금형', 퇴직연금은 '계약형'…운용방식 차이가 수익률로 이어져작년 수수료 1조6천억, 수익률은 '바닥'…"수익률 제고 시급, 기금형 도입해야"
서한기
입력 : 2025.03.18 06:00:12
입력 : 2025.03.18 06:00:12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퇴직연금은 그간의 빠른 양적 성장에도 장기 수익률은 물가상승률 수준에 그치는 등 기대에 못 미칩니다.
모든 시장 참여자는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고객 수익률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합니다." 퇴직연금 관리 감독기관인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 공동주관으로 지난 12일 금융감독원 2층 대강당에서 열린 '2025 퇴직연금 업무설명회'에서 정부 당국이 은행·보험·증권사 등 퇴직연금 운용 사업자들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당국은 나아가 일부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시장점유율 확대, 수수료 수입에 매몰돼 근로자의 수급권을 침해하는 등 법규를 위반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퇴직연금 수탁자로서의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퇴직연금 감독기관의 날 선 비판처럼 우리나라 민간 금융기관들의 퇴직연금 운용실적은 형편없다.
18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2005년 12월 도입돼 시행 20년을 맞은 퇴직연금의 10년간 연 환산 수익률은 2023년 말 기준으로 고작 2.07%에 불과하다.
5년으로 기간을 줄여도 연 환산 수익률은 2.35%에 그친다.
2023년 물가 상승률인 3.6%에도 미치지 못해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수익률은 마이너스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2.25%, 2020년 2.58%, 2021년 2%, 2022년 0.02%, 2023년 5.26%였다.
제도 시행 이후 5%대 수익률은 2010년과 2023년뿐이다.
이렇게 물가상승률조차 좇아가지 못할 정도로 수익률은 극히 저조하지만 수익률과는 무관하게 금융사가 가입자한테서 떼가는 수수료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수수료 규모는 2018년 8천860억4천800만원, 2019년 9천995억7천800만원, 2020년 1조772억6천400만원, 2021년 1조2천327억원, 2022년 1조3천231억6천100만원, 2023년 1조4천211억8천600만원, 2024년 1조6천840억5천500만원으로 늘었다.
이처럼 형편없는 수익률을 보이는 우리나라 퇴직연금과는 달리 퇴직연금이 발달한 서구 대부분 국가의 퇴직연금은 상당히 안정적인 수익률을 실현해 노후 소득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호주의 경우 5년과 10년 평균 수익률이 각각 5.2%, 7.2%를 기록하는 등 우수한 투자실적을 거두고 있다.
왜 이렇게 수익률 격차가 벌어질까? 전문가들은 한국과 서구 국가가 각각 채택한 퇴직연금 운용 거버넌스의 차이에서 원인을 찾는다.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방식은 크게 '기금형'과 '계약형' 두 가지로 나뉜다.
기금형은 투자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별도의 중개 조직이 투자정보가 부족한 가입자(회사 또는 근로자 본인)를 대신해 적립금을 관리하고 집합적으로 투자한다.
한마디로 전문성과 규모의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계약형은 투자 실력이 떨어지는 가입자가 민간 금융기관인 퇴직연금 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각자 스스로 알아서 투자 상품을 선택해서 적립금을 굴려야 한다.
위험성과 변동성이 높은 실적 배당형 상품에 투자했다가 자칫 원금마저 까먹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장기간 방치해놓기 일쑤다.
그러니 수익률이 낮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적립금의 약 89%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쏠려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대부분 계약형이다.
기금형으로 근로복지공단이 2022년 9월부터 운영하는 '푸른씨앗'(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이란 공적 퇴직연금 기금이 있긴 하지만 규모가 작다.
푸른씨앗은 퇴직연금 가입률이 낮은 30인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후 준비를 위해 사용자와 근로자가 납입한 부담금으로 공동의 기금을 조성·운영해 근로자에게 퇴직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계약형보다 장점이 많다.
기금형은 공공이나 민간의 대형 중개조직이 가입자의 적립금을 모아서 기금을 만들고, 이를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운용한다.
그런 만큼 정보 비대칭에 따른 가입자의 투자정보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 이익을 실현해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금형 연금인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매우 좋다.
국민연금 기금의 2024년 운용 수익률은 15.00%로 1988년 기금설치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작년 한 해 160조원의 수익금을 올려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작년 말 기준 1천213조원으로 늘어났다.
국민연금 기금의 누적 수익률은 연평균 6.82%로 올랐고, 누적 운용수익금은 737조원에 달했다.
국내 퇴직연금 유형 중에서 유일하게 기금형 제도에 해당하는 푸른씨앗의 성과도 좋다.
2024년 푸른씨앗의 누적수익률은 14.67%, 연간수익률은 6.52%를 달성했다.
일반 퇴직연금 수익률과 비교해 현저히 높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기금형 퇴직연금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제학부 김재현 교수는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가장 큰 원인은 계약형 지배구조만 허용되기 때문"이라며 "수익률을 제고하려면 국민연금과 같이 수탁자가 책임을 지고 합리적 투자원칙 아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금형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남재우 연구위원도 '사적연금 구조개혁과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보고서에서 "제도 도입 20년을 맞는 퇴직연금의 당면한 현안 과제는 수익률 제고"라며 "현행 계약형 지배구조는 비효율적인 만큼,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금형 지배구조를 도입해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이 발달한 대부분 서구 국가는 기금형만 있거나 기금형과 계약형을 둘 다 가지고 있고, 둘 다 있는 경우에도 기금형이 압도적으로 많다.
퇴직연금 제도를 운용하는 전 세계 주요 국가치고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shg@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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