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재생에너지 대전환' 예고…"재원 문제 국민 공감대 필요"
'2030년 해상풍력 100조' 포함 수백조 전망…태양광·풍력↑, 전기료 인상 압력'에너지고속도로' 등 송전망+수급 안정 ESS에 각각 수십조원대 투입 필요
차대운
입력 : 2025.06.22 05:01:50
입력 : 2025.06.22 05:01:50

[촬영 차대운]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이재명 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과 국가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대전환'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 조류인 탄소중립 전환과 이를 이행할 핵심 수단인 재생에너지 확대 방향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민관 차원에서 수백조원에 달할 초대형 재원 투입이 예상되고,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망 관리 어려움도 가중될 것으로 보여 국민 공감대 확보와 전력망 안정 운영을 위한 체계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78GW로…현재 4배 규모 22일 정부와 전력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에너지 전환을 기반으로 한 산업 업그레이드'를 실현하려면 태양광·풍력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의 대규모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
2038년까지 전망을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상으로 2023년 30GW(기가와트)인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은 2030년 78GW로 커지고, 2038년에는 현재의 4배 수준인 121.9GW까지 확대될 계획이다.
최신 한국형 원전 한 기 설비용량이 1.4GW가량이다.
2024∼2038년 원전 65기 설비용량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의 재생에너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발전량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3년 8.4%에서 2030년 18.8%, 2038년 29.2%로 순차적으로 높아진다.
나아가 현 정부가 전기본상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한층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등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발전과 투자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로 재생에너지 투자 비용은 장기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전환 과정에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는 한번 만들어 놓으면 연료비 같은 운영비가 거의 들지 않지만, 초기 건설비 부담이 크다.
국내에서 포화 상태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태양광과 달리 대규모 개발이 가능해 정부가 향후 보급에 역점을 두려는 해상풍력의 경우 1GW 규모 단지 건설에 6조∼7조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발전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당장 2030년까지 목표한 14GW 규모의 해상풍력 설비를 도입하는 데에만 100조원에 달하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한국도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일반 전기 단가보다 내려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렇지만 높은 산지 비율, 햇볕과 바람의 질 등 자연환경 특성상 재생에너지 전기 가격이 원전과 화력발전 등 다른 방식 전기 가격보다 크게 높은 현재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전기위원장을 지낸 강승진 한국공학대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명예교수는 "국토 공간의 협소로 인한 공간 확보 비용이 높고,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 도입 초기부터 높은 이익을 보장하는 등으로 가치사슬 전반에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했다"며 국내 고비용 구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작년 한전의 평균 전력 구입 단가는 1kWh(킬로와트시)당 134.8원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로 제공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정서(REC)까지 고려하면 태양광 단가는 1kWh당 200원대, REC 가중치가 가장 높은 해상풍력의 경우 단가가 1kWh당 400원대에 달한다.
설비 투자 비용이 높아 발전 단가가 가장 비싼 해상풍력의 경우 평균 전기 가격의 약 3배, 원전 발전 단가 66.4원의 6배가 넘는다.
◇ '부채 120조' 한전, 72조원 송전망 건설 책임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결국 일반 국민과 기업이 부담할 전기요금 인상 압력의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발전사에서 전기를 구입해 공급하는 한전의 재정 여력도 바닥 나 전기요금 상승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전은 작년 기준 부채가 205조원에 달해 이자로만 연간 5조원을 감당하고 있다.
게다가 재생에너지 확대는 발전 설비 투자를 제외하고도 체계적인 대규모 송전망과 ESS 등 전력계통 투자가 수반돼야 해 우리나라의 전력 인프라 건설과 관리를 담당하는 한전의 재무 압력은 커질 전망이다.
현재도 송전망 부족 탓에 재생에너지 핵심 클러스터인 호남권 생산 전기를 핵심 수요지인 수도권으로 넘기지 못해 일대 발전 시설의 운영을 제한하는 '출력 제어' 빈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한전은 제11차 송·변전 계획에서 2038년까지 송·변전 설비에 72조8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중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에너지 고속도로'의 일부인 호남∼수도권 초고압 직류(HVDC) 송전망 건설 사업에만 약 8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여기에 자연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져 '전기 저수지'인 ESS에도 막대한 투자가 따라줘야 한다.
11차 전기본상으로 2038년까지 총 23GW의 ESS 설비가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약 40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오스테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들어서는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국내외 민간 자본의 참여가 활발하다.
덴마크 기업 오스테드가 인천에서 70㎞ 떨어진 서해에서 1.6GW 규모의 국내 최대 규모 해상풍력 발전 사업권을 얻은 것이 대표적이다.
8조원을 들여 이르면 2030년까지 발전단지를 건설한다.
수도권 100만 가구에 전력을 댈 규모다.
그러나 발전 설비부터 간접 비용인 송전망·ESS 등 전력계통 보강 비용도 모두 장기간에 걸쳐 전기요금의 원가로 반영돼 결국에는 국민 모두와 기업들이 소비자로서 그 비용을 감당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하려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포함한 사회적 재원 부담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국민·기업과 폭넓은 공감대를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두부도 일반 콩이 아니라 유기농 콩으로 만든 두부가 더 비싼 것처럼 전기요금을 포함해 국민들에게 비용이 더 들 수 있다고 설득을 하면서 논의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재원 부담 문제를 꺼내길 피하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려고 해서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렵고, 전력 공급 안정성도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ch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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