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 힘실은 AI정책…국가데이터센터 1곳 아닌 'N개' 지원 부상

AI 100조 투자 민관 협력 불가피…'AI 고속도로' 해외 빅테크도 참여할 듯현행 과기정통부 체제론 AI 총괄 거버넌스 어려울 듯…'부총리 격상·AI 집중' 거론
조성미

입력 : 2025.06.22 07:00:06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이재명 정부가 국가 인공지능(AI) 정책을 민간 협력을 통한 과감한 투자에 방점을 찍으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관 주도 성격이 짙었던 AI 인프라 구축 등 정책에 굵직한 변화가 예상된다.

새 정부가 민간 주축의 AI 정책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막대한 투자 시급성에다 지난 정권에서 AI 정책을 주도한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업계보다 학계 의견 위주로 목소리를 내면서 현실감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AI가 모든 부분에 영향력을 미치는 시대가 도래했고 AI 관련 정책 과제가 전 국토를 아우르는 AI 인프라 구축, '모두의 AI' 개발, 산업 분야별 인공지능 전환(AX) 등 범국가적이어서 AI 정책을 이끌 핵심 부처의 위상 변화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 AI 민관 투자 100조 시대…미중 빅테크 활발한 투자 예상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업무 오찬 및 확대 세션에서 "AI 혁신에 있어 민간의 역할이 크다"면서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과감한 세제 혜택과 규제혁신, 국민펀드 조성을 통해 국가 전반의 AI 대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G7 확대세션 참석
(캐내내스키스[캐나다]=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업무 오찬을 겸해 열린 G7 정상회의 확대 세션에 참석해 있다.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2025.6.19 [공동취재] hihong@yna.co.kr

새 정부에서 신설된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로 임명된 하정우 AI 수석도 지난 19일 첫 브리핑에서 향후 3∼5년이 인공지능 시대의 골든타임이라며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역이 기업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2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 정부 체계에서 AI 주무무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8일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한 공약 이행계획 역시 AI 인프라 및 모델 개발에 관한 민관 투자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공약 이행계획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과제는 AI 인프라 확충으로, 이 대통령이 공약에서 차세대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지칭한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해 2030년까지 정부와 민간 투자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새 정부에서 100조원에 달하는 민관 합작 투자 카드를 꺼내 들면서, 전 정부가 AI 인프라 핵심 정책으로 추진했지만 정부에 주도권이 있고 사업성이 불투명해 좌초한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의 전면 재개편이 예고된다.

당국 안팎에서는 정부가 국가AI컴퓨팅센터 한 곳을 지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크고 작은 데이터센터 여러 곳을 AI 프로젝트 기반으로 지원 대상으로 지정한 뒤 사업 추진을 민간 컨소시엄에 맡기고 정부는 뒤에서 투자 지원에 나서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향후 4년간 미국 내 AI 인프라 구축에 최대 5천억 달러(700조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처럼 민관 합작 투자를 총괄하는 펀드를 조성, 관리하는 안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야 하는 부분으로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가능한 대안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AI 고속도로'로 표현되는 전국적 AI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할 민간 투자자로 해외 빅테크의 활발한 참여도 거론되고 있다.

수년에 걸친 계획이긴 하지만 100조원이라는 막대한 투자 금액을 조달하려면 정부 자금 및 국내 AI·클라우드 업계 자본력만으로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017670]과 울산에 조 단위를 투자, 1GW(기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구상을 가진 세계 1위 클라우드 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 국내에 제2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로 한 중국의 알리바바 클라우드, 이재명 정부와 적극적인 협력을 천명한 오픈AI 등이 유력한 주체로 거론된다.

특히 새 정부의 'AI 고속도로' 구상에서 서남권 한 축을 맡을 것으로 유력시되는 전북 새만금 지역에 300MW급 데이터센터 건립이 논의되며 해외 빅테크와 협력 관계인 투자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알리바바 클라우드 관계자는 "한국 시장과 관련해 지방 투자 계획도 전략적으로 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유할 만한 상황은 아니고 확정시 알리겠다"고 밝혔다.

오라클 관계자는 "정부의 국가 AI 인프라 정책 방향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과 접근 방식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 AI 및 클라우드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방안을 꾸준히 살펴보고 있고 필요에 따라 참여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라고 했다.

과기정통부도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내년부터 오픈AI 등 빅테크와 협력해 국내 AI 인프라 투자 유치에 나서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세액감면을 확대하고 육성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민간 중심의 데이터센터 생태계를 키운다는 구상인데, 해외 빅테크나 외국인투자기업도 세액 감면 등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 과기정통부 체제로 범부처 AI 정책 가능할까…변화 예고 과기정통부는 국정기획위 보고에서 전국적 규모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과 함께 산업 전 영역의 인공지능 전환(AX)과 거대언어모델(LLM) 다음의 AI 발전 단계인 피지컬 AI 기술을 발전시키는 전략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부처 합동 피지컬 AI 전략을 마련한다는 것인데, 제조·물류 등 일반적인 피지컬 AI 적용 부분은 과기정통부가, 가전·선박 등 특화 부분은 산업부, 해양수산부 등 담당 부처가 관할하는 안이 보고됐다.

산업 각 분야의 인공지능 전환이나 피지컬 AI 전략 모두 과기정통부 단독 영역이 아닌 범부처적인 과제라는 데서 지금의 과기정통부 역할로는 한계가 지적되는 계획이기도 하다.

하 AI 수석이 CAIO로서 AI 정책의 중심을 잡지만, 실무 부처 차원에서 부처 간 분산된 역할을 조정하고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 추진하기에 기존의 과기정통부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맥락에서다.

AI 관련 예산이 지난해 8천억원에서 AI 기본법 제정 등을 계기로 올해 2조7천억원으로 많이 늘어난 것도 현 체제의 변화가 예고되는 부분이다.

과기정통부 위상을 부총리 부처 등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대선을 전후해 제기된 바 있지만 논의가 활발히 진척되지는 않은 분위기다.

부총리급 격상이 아니라 오히려 규모를 축소하되 날렵한 AI 총괄 역할에 집중하게 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대통령실에 AI디지털혁신처를 신설, 대통령이 AI 기획과 총괄 조정 기능을 직접 운용하도록 하는 안도 이 중 하나다.

또, 과기정통부의 전통적 영역이었던 방송·통신 정책을 방송통신위원회 또는 독임제 부처에 이관하고 AI 및 관련 연구개발·인재 양성책을 다루는 강력한 AI 부처로 거듭나도록 하는 안도 있다.

다만, 과기정통부의 체제 개편이 아직 수면 위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8일 국정기획위 업무 보고에서 부처의 거버넌스 개편 논의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cs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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