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75년] ③ 무기수입 절대 의존하던 韓, 이젠 10대 수출강국 도약

국방과학연구소 설립後 미국 무기 라이선스 생산 이어 무기 개발 매진SIPRI, 韓 방산수출 세계 10위 평가…"성능·경제성·빠른조달이 강점"李대통령 '방산 4대 강국' 공약…"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
김동규

입력 : 2025.06.22 07:01:06


K-방산 (PG)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6·25 전쟁 당시 한국군의 무기는 보잘것없는 수준이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창설된 국군은 미처 전력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전쟁 상황에 맞닥뜨려 변변한 무기도 없이 전투에 나서야 했다.

군 창설 당시 한국의 병기와 장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하던 노후화된 미군 장비와 일본군이 남기고 간 소총류가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6·25 전쟁 발발 75년을 맞은 지금 한국은 자주국방의 토대를 튼튼히 다진 것은 물론 방위산업을 세계에 수출하는 국가로 도약했다.

이렇다 할 산업 기반 없이 원조와 수입에 의존하던 한국은 1960년대 말 미국이 이른바 '닉슨 독트린'을 내세우며 아시아에서 미군 철수·감축을 추진하자 자주국방 달성에 사활을 걸고 무기체계 개발에 매진했다.

이에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설립, 1971년 최초 국산 무기인 M16 소총의 라이선스 생산을 시작했고,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 설계 무기와 탄약의 라이선스 생산에 들어갔다.

1979년에는 참수리급 고속정 자체 개발·취역 성과를 거두는 등 육·해·공 무기체계 기틀을 차근차근 다져나갔다.

1990년대 들어 한국군은 첨단 무기 체계를 도입하기 시작해 K1 전차 등을 개발했으며 2000년대에는 무인항공기, 전차, 포병, 보병전투차량 등 신규 자산 개발·도입에 나섰다.

K9 자주포 폴란드 수출 출고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제 한국은 방산의 개념을 국방에서 산업으로 전환하며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K-방산은 무엇보다 현장 배치를 통한 검증된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휴전 상황에서 상시 전투태세를 갖출 수밖에 없는 환경이 역설적으로 방산 부문에서는 큰 장점으로 작용한 셈이다.

아울러 선진국 대비 경쟁력 있는 성능에 높은 가성비를 갖추고 있고, 조달 시간이 빠른 것도 K-방산의 장점으로 뽑힌다.

최근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K-방산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올해 발표에 따르면 2020∼2024년 세계 무기 수출시장에서 한국은 2.2%의 점유율로 10위에 올랐다.

미국(43%)이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한 가운데 프랑스(9.6%)와 러시아(7.8%)가 상위 3위권을 형성했으며 이어 중국(5.9%), 독일(5.6%), 이탈리아(4.8%), 영국(3.6%), 이스라엘(3.1%), 스페인(3.0%) 등의 순이었다.

10위 한국(2.2%)과 4∼8위 간의 점유율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이에 한국이 방산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면 세계 4대 방산 강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의 방산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다연장로켓 천무, K-10 탄약 운반 장갑차,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 K-11 사격 지휘차 등을 수출하며 SIPRI가 평가한 세계 100대 방산기업 중 48위에 올랐다.

특히 K-9 자주포는 2001년 터키 수출을 시작으로 필리핀, 인도, 핀란드, 호주, 폴란드 등 세계 10개국이 운용하는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방산업계는 K-9의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11조2천462억원, 영업이익 1조7천24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국내 방산 업계 최초로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SIPRI 100대 기업에 함께 이름을 올린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주력으로, 독일의 레오파드2, 미국의 에이브럼스 전차 등과 세계 전차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폴란드와 1천대 규모의 K-2 전차 수출 계약을 맺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정 비행하는 한국 공군 F-15K와 필리핀 공군 FA-50PH
(서울=연합뉴스) 지난해 7월 31일 호주 다윈기지 상공에서 피치블랙 훈련에 참여한 한국 공군 F-15K와 필리핀 공군 FA-50PH가 우정 비행하고 있다.2024.7.31 [공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전투기 분야에서 한국은 2022년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인 KF-21(보라매)의 시험비행에 성공하며 개발 20년 만에 전투기 독자 개발국 반열에 올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년 전 기본훈련기 KT-1의 인도네시아 수출을 시작으로 국산 경공격기 FA-50 수출에 이어 KF-21의 중동·남미·유럽 등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유도 무기 전문업체 LIG넥스원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에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인 천궁Ⅱ를 수출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K-방산 '빅4'로 불리는 이들 기업의 수주 잔고는 총 1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으로 수년 치 먹거리를 이미 확보한 셈인데, K-방산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무인화 등 미래 전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정부도 K-방산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내 '첨단민군협력지원과'를 신설하는 등 방위사업청에 집중됐던 방산 지원 기능을 산업부로 확대하며 수출 지원을 강화하고 나섰다.

직원들과 기념촬영하는 HD현대중공업 임직원들
(부산=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정기선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은 28일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 참석해 "HD현대는 대한민국 첫 전투함인 울산함을 시작으로 총 106척의 함정을 제작, 이 중 18척을 해외에 수출"했다고 밝혔다.직원들과 기념촬영하는 정 부회장의 모습 2025.5.28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 '글로벌 방위산업 4대 강국' 달성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방산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행사 기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만나 캐나다의 잠수함 도입 사업 등 방산 협력을 논의하는 등 세일즈 외교를 펴기도 했다.

세계 최강 군대를 보유한 미국 역시 트럼프 2기 들어 해군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서두르고 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22일 "K-방산이 뛰어난 성능과 경제성으로 정평이 나면서 유럽 등 방산 선진국의 견제도 만만찮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방산을 수출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미국과는 조선 분야에서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협력을 위한 협의체를 구축하는 등 전략적인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6.22 12:52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