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in제주] 제주 여름바다 낭만이 악몽으로…상어·해파리·이안류 조심!

'2019년 1건→2024년 7건' 지구온난화로 제주에도 상어 출몰 늘어2021∼2025년 제주 연안서 347건 안전사고 발생…73명 사망
변지철

입력 : 2025.06.22 08:00:07


해수욕장 익수자 구조훈련
(제주=연합뉴스) 제주 협재해수욕장에서 진행된 익수자 구조훈련.[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지역 10개 해수욕장이 오는 24일 일제히 조기 개장한다.

이른 무더위로 인해 많은 피서객이 일찍 해수욕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애초 개장일인 7월 1일보다 일주일 앞당겨 문을 여는 것이다.

전체 12개 지정 해수욕장 중 나머지 2곳은 26일과 30일 개장한다.

최근들어 제주 해수욕장과 항·포구, 해안가 등에서 피서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가 많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상어와 해파리의 출몰 종류와 빈도가 증가하고 있고,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고 물놀이를 즐기다 목숨을 잃기도 한다.

◇ 2019년 1건에서 2024년 7건…제주 해상에 상어 출몰 "상어가 나타났어요!" 지난 2019년 7월 8일 낮 12시 30분께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동쪽 구름다리 앞바다에 상어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해경과 119 등에 접수됐다.

서핑을 즐기던 피서객들이 처음 상어를 발견해 신고한 것이다.

해수욕장 상황실은 물 밖으로 나오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즉시 입욕을 통제했다.

당시 100여명의 도민과 관광객들이 해수욕장에 있었지만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m 남짓한 크기의 상어는 한동안 해수욕장 인근에 머물다 재빠르게 헤엄쳐 먼바다로 사라졌고, 입욕통제도 1시간여 만에 해제됐다.

어떤 종류의 상어인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흉상어과'로 추정될 뿐이었다.



"상어 출현" 하마터면 큰일 날 뻔
(제주=연합뉴스) 지난 2019년 7월 8일 낮 12시 30분께 함덕해수욕장 동쪽 구름다리 앞바다에서 상어로 보이는 개체가 발견돼 해수욕장 입욕이 통제됐다.사진은 해당 개체를 찍은 동영상을 캡처한 장면.2019.7.8 [제주시 조천읍사무소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사람에게 위협적인 상어는 아니다'라는 의견도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상어는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은 물론 수중·수상 레저객이나 해녀들의 안전까지 위협한다.

지난해 6월 8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효항 인근 해상에서 2.8m 크기의 무태상어가 잡힌 데 이어 서귀포 지귀도 인근 해상과 중문해수욕장, 성산 광치기해변 등에서 잇따라 상어 출몰 신고가 접수됐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도내 연안 상어 출몰 신고는 2019년 1건, 2022년 1건, 2023년 4건, 2024년 7건 등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도 어민들이 지귀도 인근 해상에 상어가 자주 출몰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제주 뿐만 아니라 한반도 해상에서 영화 '조스'에 등장하는 백상아리는 물론 청상아리·악상어·무태상어 등 난폭한 상어 종들의 출현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아열대·열대 지방에서 서식하는 상어가 우리나라 해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959년부터 국내에서 발생한 상어 공격에 의한 사고는 모두 7건으로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해파리 쏘임 사고 역시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고다.

제주 연안에서 포획된 무태상어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한반도 수온이 올라가면서 상어 뿐만 아니라 조류를 타고 해안가로 밀려오는 해파리는 피서객들의 골칫거리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도내 해수욕장에서 피서객이 해파리에 쏘여 출동한 건수는 2019년 11건, 2020년 9건, 2021년 29건, 2022년 15건, 2023년 26건, 2024년 20건 등이다.

제주도 연안과 남해 등에서 관해파리와 작은부레관해파리, 작은상자해파리 등 독성해파리 출현이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호주나 필리핀 등에 서식하는 맹독성 문어인 파란고리문어도 제주에서 발견되고 있다.

청산가리보다 10배 이상 강한 독성을 지닌 파란고리문어는 턱과 이빨에 테트로도톡신이라는 치명적인 맹독을 품고 있다.

물리면 신체 마비, 구토, 호흡곤란, 심장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며 몸 표면의 점액과 먹물에도 독성물질이 함유돼있다.

최근 5년간 제주시 구좌읍 코난해변, 한림읍 금능해변, 애월읍 신엄포구 방파제,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 등 제주 곳곳에서 파란고리문어가 발견됐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해수욕장 개장이 앞당겨지면서 상어, 해파리, 파란고리문어 등 해양생물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해파리나 파란고리문어를 발견하게 되면 절대 만져선 안 되며 가까이 다가가지도 말고 즉시 해양경찰이나 지자체에 신고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만에 하나 해파리에 쏘였을 경우에는 즉시 물 밖으로 나와 수돗물로 씻지 말고 깨끗한 해수나 식염수로 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파리에 쏘인 부분을 수돗물로 씻으면 삼투압 차이로 독소가 체내로 더 빨리 퍼져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해수욕장 해파리 조심'
(제주=연합뉴스) 2018년 7월 4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함덕서우봉 해변에서 해수욕장 관리요원들이 독성 해파리를 수거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 제주 항·포구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 숨지기도 해수욕을 즐길 때는 바다 생물 뿐만 아니라 바다의 불청객 '이안류'(역파도) 역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안류는 해안으로 밀려 들어온 파도가 갑자기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빠르게 돌아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파도가 피서객을 백사장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배수구에서 물이 빠지듯 좁은 물길을 통해 먼바다 쪽으로 빠르게 끌어당겨 일명 '역파도'라고도 불린다.

이안류에 휩쓸리면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빠져나오기 힘들다.

지난해 8월 14일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 인근 소금막해변에서 스노클링하던 20대 관광객 6명이 이안류에 휩쓸렸다가 1명이 숨졌다.

특히, 서귀포 중문색달해수욕장의 경우 이안류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지난 2023년 6월 한 달간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여러 차례 이안류 사고가 발생해 20대 관광객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파도에 떠밀려갔다가 구조됐다.

또 2017년 8월 23일에는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던 피서객 15명이 한꺼번에 먼 바다로 휩쓸렸다가 구조되기도 하는 등 신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상청은 이안류가 자주 발생하는 해운대와 중문색달 등 전국 8개 해수욕장에 대한 '이안류 예측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안류 위험도는 '안전-주의-경계-위험' 4단계로 제공되며 기상청 날씨누리(weather.go.kr/w/index.do)뿐 아니라 해양기상정보포털(marine.kma.g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안류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이안류 외에도 안전요원 없는 항·포구 등에서 다이빙 또는 수영을 즐기다 목숨을 잃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 6월 31일 제주시 한림읍 월령포구에서 50대 남성이 수심 1.5m 깊이의 바닷속으로 다이빙하다가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사지가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또 같은 해 7월 15일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인근 갯바위에서 20대 남성이 술을 마시고 수심 1m에 불과한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숨졌다.

안전요원이 없다 보니 바닷 속 지형지물을 살피지 않고 몸을 던지거나, 술을 마시고 다이빙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막을 수도 없고 빠르게 구조하기도 힘들다.

최근 미개장 해수욕장과 해안가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인명사고도 마찬가지다.

지난 14일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던 중학생이 물에 빠져 숨졌고, 같은 날 서귀포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는 10대 외국인 청소년 2명이 바다에 빠졌다가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다.

15일에는 서귀포시 서귀동 새섬에서 60대 남성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익사했다.

모두 안전요원이 배치되지 않은 미개장 해수욕장과 일반 해안가였다.

제주 전통 포구에서 즐기는 물놀이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5년 6월 16일까지 제주 연안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모두 347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73명이다.

사망사고 유형은 수중레저 익수 사고 8명, 수상레저 익수 사고 16명, 추락사 5명, 항·포구 다이빙 등 추락 익수 사고 27명, 수영미숙 또는 해수욕장 물놀이 도중 사망한 기타 익수 사고 15명, 고립 익수 1명, 기타 1명 등이다.

제주도는 지난 17일부터 12개 지정 해수욕장에 안전관리요원을 조기 투입했고, 제주해경은 해안가 등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또 제주 자치경찰단은 관광객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약 250㎞에 달하는 도내 해안로 전 구간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이안류에 휩쓸렸을 때는 45도 각도로 헤엄쳐야 해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 "수영에 자신이 없다면 떠 있는 물체를 붙잡거나 수면에 누워 가만히 뜬 채 체력을 보존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포구와 해수욕장 물놀이하기 전에는 물때와 수심을 꼭 확인해야 한다.

또 어린이는 보호자 동반으로, 성인도 최소 2인 1조로 지인들과 동반하는 등 스스로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구명조끼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북적이는 곽지 해수욕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bjc@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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